요즈음 건강에 좋다는 맨발 걷기 광풍이 분다. 마침 발표된 장수도시 전국 순위를 보니 1위 무주, 4위 고창, 7위 장수로 나타나, 상위 10위권에 전북이 3군데나 차지했는데 모두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다. 우리 몸은 우리가 먹고 사는 먹거리와 공기, 풍토 등이 만든다. 발효식품을 잘 먹으면 미생물도 사람도 다 건강해진다. 오늘날 보건의료 수준이 선진국인 우리가 한국 전통문화의 먹을거리, 섭생, 양생법을 다시 살려내면 자연건강 선진국으로 전통의학 한류 수출국이 되리라.
'케이팝'이 선도하는 한류산업화 중에서 가장 큰 시장이 '케이푸드'가 앞으로 차지해야 할 식품시장이다. 몸에 좋은 한국 전통발효식품은 단연 김치, 젓갈, 장류, 술, 식초이다. 5대 발효식품 중 이미 지구촌에 보편화되어 세계화 가능성이 가장 크고, 국내에 선점 도시가 없었던 것이 발효의 끝판왕 식초다.
한국 최고의 식초 발효 교육기관
여기에 착안하여 고창군은 2019년 11월 1일 식초문화도시고창을 선포하고, 세계 4대 식초문화도시를 목표로 정했다. 불과 4년 사이에 한국의 식초문화수도로 자리매김하며, 복분자 발사믹식초를 특화상품화하고 케이발사믹의 표준을 선점하였다. 고창 식초문화 아카데미는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의 전통주 학교인 이상훈 선생의 우리술학교와 협업하면서 한국 최고의 식초 발효 교육기관이 되어 서울, 부산 등 전국의 식초학생이 찾고 있다. 내친김에 천년을 가도 변치 않는다는 식초처럼 잘 발효되어 천년의 먹을거리가 되고, 식초건강법으로 전국 최고의 장수도시가 되면 좋겠다.
지역이 성공하려면 지역의 전통 기반이 있는 잠재자원을 선택 특화하여 집중해야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다 전문성과 열정으로 헌신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성공한다. 고인돌시대 한반도 첫 수도였던 고창의 선인들이 마한을 세우려고 선운산 삼천굴에서 기도하면서 따먹은 신비한 열매 이야기가 고창 복분자의 시원이다.
고창하면 우선 떠오르는 복분자는 고창의 상징 작물이며 효자식품이다. 복분자를 따다가 바위 틈에 놓아 두었더니, 당도가 높은 복분자가 천연발효되어 복분자술이 되었고, 복분자술이 초산발효되어 세 이레가 지나자 복분자식초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식초(食醋)의 한자 초(醋)자를 쪼개보면 술을 뜻하는 유변(酉)에 세 이레, 즉 삼칠 21일(昔)이 결합된 글자다.
세계 최고 식초 전문지식, 열정과 헌신의 마음가짐 지닌 선구자
전성기에 연간 수천억원의 소득원으로 고창농민들께 효자노릇하던 복분자를 다시 살려내, 케이발사믹식초의 표준을 선점하고 세계발사믹식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고창 복분자 발사믹식초는 유럽의 포도 발사믹식초보다 항산화효과가 4배나 월등하게 높게 나타나 가히 항암식품이라 할 만하다. 군에서는 식초산업 진흥의 생태계 구축과 전문 인재 양성, 군민식초교실 등 제도적 지원을 위한 조례제정과 전담조직을 설치하였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그간 수집한 연구자료와 식초씨를 이전해주었다
2021년 정부에서는 고창의 가능성을 인정하여 고창을 전국유일의 복분자·식초특구로 지정하여 제도적 뒷받침을 하였다. 민간에서도 한국발사믹식초협회와 한국천연발효식초협회가 고창에 본부를 두고 설립되어 희망찬 걸음을 내딛었다. 선포당시 2개이던 생산업체도 10배이상 늘었다. 7대째 이어온 고수옹기에서 식초용 초항아리도 특화제작하여 전통옹기도 되살아났다. 식초용 초항아리에서 발효한 식초는 스텐용기식초에 비해 산도가 50퍼센트 정도 높게 나타나는 장점이 입증되었다. 불과 4년만에 여러 방면에서 괄목할 성과와 가능성을 보여준 식초문화도시 고창의 복분자 발사믹식초 도전의 실험이 당위성과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일이 성공하려면 사람과 제도, 생태계가 잘 어울려야 한다. 그 으뜸은 역시 사람이다. 우리에게 낯선 먹거리로 이름도 모르던 치즈가 임실의 상징이 된 것은 선구자 지정환 신부의 헌신 덕분이다. 고창에는 천연발효 식초로 군민을 건강하게 하는 일에, 농가의 수제고급 케이발사믹식초로 중국 등 세계식초시장을 진출하여 농민을 부자되게 하는 일에, 여생을 바치려는 한국발사믹식초협회 정일윤 회장이 있다. 세계 최고의 식초전문지식과 함께 열정과 헌신의 마음가짐을 지닌 선구자인 그가 최고의 자산이다.
그는 대기업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패션분야 대표로 사업가로서도 성공을 거두고 자의로 은퇴하였다. 사회공헌을 위해 지혜 나눔을 실천하는 위더스위즈덤센터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여생을 발효식초 산업을 육성하여 건강한 식생활과 농가들을 돕는데 바치기로 마음먹고 식초문화도시 고창만들기, 케이발사믹식초 표준정립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재능기부로 수많은 식초강의와 실습지도, 신제품개발, 제품디자인과 마케팅지원을 기꺼이 하고 있다. 식초의 제조법과 효능의 과학화를 위해 순천향대학교 미생물산업연구센터, 극동대학교 발효연구소 등과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한국 식품역사에 기록될 건강한 성공 모델 되기를
그는 고향집에 식초전시관과 강의실, 실습실 등을 갖추고 식초로 나눔과 봉사를 기쁘게 실천한다. 그도 많은 식초를 만들고 있지만 다른 회원들을 배려하기 위해 영업용으로 팔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는 점도 아름답다. 고창의 전통자원인 복분자를 특화한 것도, 시장이 급신장하고 있고 활용도가 높은 소스식초인 발사믹식초에 특화한 것도 방향을 잘 잡았다.
이제 긴 호흡으로 식초산업 생태계가 손잡고 지속적으로 힘을 쏟아야 한다. 민학관이 함께 협업하면 이상적이다. 관이 혼자 가면 반드시 실패한다. 지속은 가장 큰 힘이 된다. 대산 정일윤의 세계식초전시관에는 성인당(誠忍堂)이란 당호가 걸려있다. 그의 어머니의 아호라고 한다. 천연발효식초는 사람의 지극정성과 우주의 조화의 선물이다. 신이 주신 최고의 명약이므로 사람은 하늘이 감동해서 도와주시도록 정성을 다한 후에 참고 기다려야 한다. 지성을 다하고 인내하라는 교훈의 성인당은 식초인의 마음가짐을 말해주는 어머니의 비나리다.
고창 식초문화아카데미 졸업생, 식초연구회원, 식초사업가들이 함께 울력하여 한국 식품역사에 기록될 건강한 성공 모델 하나 만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글·사진=유기상(문학박사·전 고창군수)
출처 : 전북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