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삼키며 흐느낀 제주4.3 유족 “무죄 선고받고 여생 즐겁게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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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삼키며 흐느낀 제주4.3 유족 “무죄 선고받고 여생 즐겁게 살고 싶어”
  • 사단법인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
  • 승인 2023.09.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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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재심, 역사의 기록] (79) 제3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30명 전원 무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 있던 모두가 오열했다. 혹시 몰라 챙긴 손수건은 흥건하게 젖었고, 일부는 엄숙한 재판 절차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흐느꼈다.

제주지법 형사제4-2부(강건 부장)는 12일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3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30명) 청구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군사재판 제주4.3 피해자는 총 1091명에 이른다. 

3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30명 중 4명은 1948년 1차 군법회의(내란죄), 26명은 1949년 2차 군법회의(국방경비법 위반)에 회부된 4.3 피해자들이다. 

1947년 7월17일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이후 제주에서 1~2차 군법회의가 이뤄졌지만, 헌법에 보장된 영장이나 변호 등의 절차가 전혀 없었다. 

1~2차 군법회의에 회부된 4.3 피해자 2530명 모두가 영장도 없는 불법적인 절차로 체포됐고, 고문 등에 시달리다 살기 위해 허위자백한 발언이 유죄의 증거로 사용됐다. 또 유죄 판결을 받는 과정에서 고문을 언급하며 ‘무죄’를 항변했지만, 2530명 말에 귀기울인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1949년 6월28일부터 6월30일까지 3일간 2차 군법회의에 회부된 4.3 피해자 총 345명이 재판을 받았다. 단 1명의 예외도 없이 345명 모두 ‘사형’ 판결을 받았고, 이중 200여명에 대해 실제 사형 집행이 이뤄졌다. 물리적으로 3일만에 345명에 대한 심리와 판결이 모두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다른 날에 재판을 받은 4.3 피해자는 ‘무기징역’, 어떤 날은 징역 15년 등이 선고됐다. 이는 4.3 때 군법회의가 얼마나 위법했고, 형식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합동수행단 소속 변진환 검사는 “제주 출신인데도 4.3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합동수행단에서 근무하게 됐다. 검사 생활을 하면서 유죄 입증을 위해서만 일했다. 재심 자체를 처음 접했는데, 이제까지 4.3에 대해 잘 몰랐던 내 자신이 창피했다. 비극적인 역사 피해자의 재심을 돕는 일을 하게 돼 굉장이 보람을 느낀다”며 30명 전원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이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박수로 감사의 뜻을 보냈다. 

이어 국선변호인 박현민 변호사는 “4.3 때 젊다는 이유로, 중산간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또는 아무 영문도 모른채 연행된 양민들이다. 이들의 유죄를 입증할만한 증거도 없고, 판결문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를 기억하지 않은 이들이 과거를 반복한다는 말이 있듯이 30명 전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변호했다. 

고(故) 김복림의 아들 김씨는 4.3 때 가족을 잃어 어렵게 자란 시절을 기억하며 눈물을 훔쳤다. 김복림은 25세의 나이로 1949년 2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 마포형무소에서 옥살이하다 6.25 한국전쟁 발발 이후 행방불명됐다. 

김복림의 아들 김씨는 “내가 3살 때 아버지가 끌려갔다. 나는 가족들의 얼굴을 모르고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외할머니는 ‘너의 아버지는 죄도 없는데, 젊어서 끌려갔다’고 말했다”고 말하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의 아내는 “21살에 만난 남편은 한을 품고 살았다. 학교도 제대로 못다녔다. 4.3 때 생후 100일이던 남편의 동생이 시어머니와 함께 죽었다. 남편은 동생만 살아있어도 이렇게까지 외롭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오열했다. 

이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지만, 무죄 판결을 내려주면 저와 남편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살다 가겠다”고 말했다. 

1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사형된 고 이윤성의 딸 이모씨는 “아버지의 얼굴을 모른다. 22살에 혼자가 된 어머니는 가슴에 남편을 묻고 저와 둘이 살다 생사를 달리했다. 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며 “(무죄 판결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가 하늘에서 행복하게 살기 바란다”고 통곡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29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5월16일)
박유준, 강운하, 서상흡, 서명영, 고성인, 오영화, 김백합, 김재기, 변규순, 김기하, 백영수, 이도일, 김창수, 김영천, 김임생, 한유생, 김대환, 고경옥, 김중화, 김유생, 김정하, 김승우, 김승련, 박경주, 이찬식, 고천옥, 백일현, 한석두, 김시협, 김대진

3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5월30일)
이동오, 문규림, 송기직, 김시량, 양승홍, 홍순택, 박명기, 현일우, 이상돈, 강철문, 고갑금, 고달하, 김계화, 이영두, 변병노, 김경성, 김도덕, 김병국, 김달오, 전두화, 강응조, 강응태, 양신봉, 양남봉, 김봉임, 양성호, 현귀찬, 문태준, 강우정, 문창관

31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13일)
문만수, 문선택, 오창선, 김인식, 김성언, 현일화, 김매월, 윤태진, 부장림, 김형옥, 이정숙, 양병규, 강상호, 김상곤, 김석주, 강문옥, 현채운, 김순옥, 박태순, 박태경, 김상후, 고사송, 양지휴, 양재휴, 문시옥, 김상필, 고완종, 정재삼, 정유삼, 김병은

32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13일)
이동신, 김병길, 강재옥, 양태운, 강병수, 김창종, 송창립, 고순학, 김상국, 양상순, 홍순병, 이태순, 고두정, 정영익, 고성봉, 이팽로, 고형관, 김시옥, 양군선, 양군봉, 김홍영, 한치욱, 김영희, 김이오, 이대봉, 문성영, 박홍기, 이윤옥, 신두옥, 한인수

33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27일)
이한형, 김판동, 한수생, 강재옥, 이찬봉, 오달만, 강윤규, 고계봉, 이계봉, 김계문, 강계생, 홍표반, 전기련, 전석규, 김창련, 김봉련, 이응배, 고태원, 임숙자, 오창송, 고정하, 강문규, 김재순, 김평택, 이용민, 김주용, 진경호, 양완희, 김문순, 김용문

34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27일)
김권잠, 김권신, 오창진, 오창규, 김학률, 김학립, 김학로, 이창수, 이태원, 이인현, 박재찬, 박재민, 안태석, 안태룡, 김창희, 김영진, 김재인, 김재훈, 변계화, 변인택, 안자선, 양세옥, 김평림, 김서, 박두신, 박두철, 김병인, 김병선, 고성룡, 고갑룡

35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7월11일)

백상현, 백봉현, 고진웅, 고경웅, 김이봉, 김일봉, 현문평, 현문봉, 오두생, 오두길, 문정공, 문정화, 문규하, 문규우, 현태훈, 현태전, 김순정, 고한송, 고기송, 고대송, 강봉혁, 강봉흠, 강봉화, 강군천, 강군일, 홍순석, 홍순명, 이정생, 양상진, 양상민

36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7월11일)
송원삼, 송윤삼, 송공삼, 양맹선, 양중선, 김재두, 김재구, 김성교, 김정교, 문두하, 강원기, 송갑정, 고태흥, 김두헌, 김태민, 안두병, 정근우, 김갑생, 고병석, 강병규, 이문추, 이원창, 김중하, 임인찬, 송언화, 김덕호, 현수희, 양석봉, 강재운, 이종석

37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8월29일)
이사만, 이성순, 신재운, 김희찬, 김용주, 진명규, 황도길, 고치홍, 김칠규, 고계춘, 고문종, 김주현, 김승희, 오태권, 오기준, 강태운, 김시청, 김용생, 강중반, 강재현, 이일진, 오성수, 오남화, 오옥춘, 김양흠, 송인국, 강숙도, 한재철, 윤두원, 윤두현

3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12일)
김윤택, 송자정, 부은진, 고점각, 현공인, 양신생, 양제호, 문재민, 김규성, 정원종, 진재남, 오남규, 고정선, 이용표, 송병원, 강두일, 양승현, 김기윤, 고병화, 강한열, 김영수, 김중건, 강영훈, 고정용, 유명언, 강두인, 강두삼, 김복림, 이윤성, 강병훈


기사 출처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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